음식

해광 감나무 가든

유버맨쉬 2024. 11. 15. 17:00

김해에 고객을 만나러 출장을 떠났다. 고객과 맛있는 오리 백숙을 먹으러 갔다. 

주차장에서 내리고 식당으로 향하는 길에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이파리는 다 떨어져 나가는데 감은 여전히 매달려 있었다. 요즘엔 감나무에서 감이나도 먹질 않는다. 어림잡아 100개는 되어 보였다. 식당 이름에 걸맞게 해광 감나무 가든인 이유가 있었다.

입구로 들어가면 정면으로는 카운터와 주방이 보인다. 이 주방 건너편으로는 홀에 들어가는 문이 있다. 신발을 벗고 홀로 들어갔다. 고객과 함께하는 자리라 사진을 많이 찍지 못했다. 따라서 글로 때워 보도록 하겠다. 홀에는 다행히 테이블과 의자가 있었다. 분위기만 본다면 좌식 스타일이어야 했지만. 현재인의 척추 건강을 위하여 서양식으로 테이블이 다 바뀐 거 같다.
 
이미 좌측에는 단체팀이 옻백숙을 먹고 있었다. 원래 이직 시그니처는 옻백숙이다. 하지만 옻 오르는 사람이 있을까 봐 한방 오리 백숙으로 주문하였다. 주문은 1시간 이전에 해야 한다.

밑반찬이 정갈하게 나왔다. 이 집은 특히 묵은지의 맛이 일품이다. 사진에는 담지 못했다. 오리 백숙은 국물이 여유 있게 나오지는 않았다. 옻백숙은 국물이 따로 나오는데 한방 백숙을 국물이 따로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백숙에는 다양한 한방의 향이 날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나지 않았다. 어쩌면 나이가 먹어서 한방 냄새가 익숙해서 그런지도 모른다. 다리를 냉큼 집고 싶었지만 나의 속마음을 숨긴채 가슴살 부위를 먹었다. 가슴살이었지만 압력밥솥에서 고았는지 가슴살도 그렇게 펑펑하지 않았다. 오리고기 특성인지, 조리법에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 건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뻑뻑하지 않았다.
 
식당의 분위기가 너무 좋아 막걸리를 딱 한잔씩만 하기로 하고 주문 하였다. 아니 이게 웬일? 일반 막걸리보다 2~3 배는 용량이 큰 막걸리가 나왔다. 밤막걸리로 기억했다. 막걸리 색깔이 백숙 국물 색깔과 비슷하였다. 고기를 열심히 뜯다 보면 주인장이 죽을 가져다준다. 죽의 맛이 일품이다. 3명이서 오리 한 마리를 채 다 먹지 못하였다.
 
원래 비지니스 식사 자리가 맘 놓고 먹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한 조각 남겨두고 자리를 나섰다. 이곳은 지인들과 가면 정말 편안하게 한 끼 해결 할 수 있는 식당으로 생각한다. 식당을 올라가는 길에는 큰 저수지가 있다. 저수지를 지나 산속 마을로 들어가면 백숙 촌이 나온다. 이곳에 있는 식당 중 하나이다.
 
수도권에서는 볼 수 없는 백숙골목이었다. 가는 길에 저수지와 카페가 있으니, 서울의 미사리 느낌도 났다. 미사리 하면 원래 불륜이 떠오르는데 이곳은 그런 불순한 생각마저 잊게 해준다. 고즈넉하니 너무 좋았다.
 
백숙 요리는 금방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기에 다양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 업무 관련된 이야기를 진득하게 해야 한다면 백숙류의 요리로 함께 점심을 하는 것도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해에서 시간을 갖고 여유있게 식사할 기회가 있다면 이곳에서 한 끼 해보는 것도 좋을 것으로 보인다. 백숙에 막걸리 한잔 하고 시간갖고 사색하면 최고의 하루가 아닐까?